센서와 생체 인증
폰은 자기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얼마나 빨리 도는지, 북쪽이 어디인지, 몇 층에 있는지, 얼굴이 가까이 왔는지, 주변이 얼마나 밝은지를 늘 알고 있다. 그 감각의 대부분은 수 µm 크기의 실리콘 구조물이 nm 단위로 움직이며 만든 fF 단위의 정전용량 변화에서 나온다. 이 장에서는 그 작은 기계들을 직접 흔들어 보고, 여러 센서를 엮어 자세를 추정하고, 지문과 얼굴로 '나'를 증명하는 원리와 그 오차를 다룬다.
- MEMS 가속도계(질량–스프링–댐퍼, 빗살 정전용량)와 자이로(코리올리 효과)의 동작을 수식과 수치로 설명한다.
- 상보 필터로 가속도와 자이로를 융합해 자세를 추정하고, 지자기 하드아이언·소프트아이언 보정과 기압 고도 계산을 한다.
- 근접 센서의 크로스토크, 조도 센서와 자동 밝기 곡선을 이해한다.
- 정전용량·광학·초음파 지문과 구조광·ToF 얼굴 인식의 원리를 비교하고, FAR/FRR·ROC로 생체 인증 성능을 읽는다.
- 센서 허브의 저전력 상시 감지와, 배치·캘리브레이션·전력·보안 같은 설계 요점을 정리한다.
폰 안의 위치와 센서 지도
센서는 폰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두 곳에 몰린다. 하나는 화면 상단이다. 전면 카메라 옆에 근접·조도 센서, 얼굴 인식용 IR 카메라와 도트 프로젝터가 모인다(사람의 얼굴과 귀가 오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메인보드다. 가속도·자이로를 한 패키지에 넣은 6축 IMU, 지자기 센서, 기압 센서가 칩 형태로 보드에 납땜된다. 이 모델에서는 전면 카메라 영역과 AP가 있는 보드 하판을 강조한다.
센서가 모인 곳
폰 센서 지도
MEMS 가속도계: 실리콘 속 스프링 저울
가속도계의 원리는 놀랄 만큼 단순하다. 스프링에 매달린 질량(검증 질량, proof mass)은 기기가 가속하면 관성 때문에 뒤처지고, 그 변위가 가속도에 비례한다. 스마트폰의 MEMS 가속도계는 이것을 실리콘을 깎아 만든다. 질량은 수 µg, 스프링은 폭 수 µm의 접힌 실리콘 빔, 변위 측정은 질량 옆에 빗(comb)처럼 맞물린 전극의 정전용량 차이로 한다.
질량–스프링–댐퍼와 빗살 전극
| 항목 | 스마트폰 IMU의 가속도계 (전형적 범위) |
|---|---|
| 측정 범위 | ±2 / 4 / 8 / 16 g 선택 |
| 잡음 밀도 | ~70~200 µg/√Hz |
| 영점 오프셋 | ±20~40 mg (출하 시), 온도에 따라 변동 |
| 출력 데이터율 | ~1 Hz ~ 6.7 kHz |
| 전류 | 저전력 모드 수 µA, 고성능 모드 ~100~200 µA |
| 패키지 | 6축(가속도+자이로) LGA ~2.5×3×0.8 mm |
자이로스코프: 코리올리 힘으로 회전을 잰다
MEMS 자이로에는 도는 팽이가 없다. 대신 질량을 한 방향으로 계속 진동시킨다(구동 모드, 수십 kHz). 이 상태에서 기기가 회전하면, 움직이는 질량에 진동 방향과 회전축 모두에 수직인 코리올리 힘이 생겨 질량이 옆으로 흔들린다(감지 모드). 옆으로 흔들리는 진폭이 각속도에 비례한다.
진동 질량 자이로
자이로의 고질병은 영점 드리프트다. 회전이 없어도 출력이 0.1~1 °/s 수준으로 어긋나고 온도에 따라 변한다. 각속도를 적분해 각도를 구하면 이 오차도 함께 적분되어 시간에 비례해 커진다. 1 °/s의 오프셋이면 1분에 60°가 틀어진다. 그래서 자이로 혼자서는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없고, 다른 센서와 섞어야 한다.
센서 퓨전: 상보 필터로 자세 추정
가속도계는 정지해 있을 때 중력 방향을 알려 주므로 기울기를 장기적으로 정확히 알지만, 손 떨림·걸음의 가속도가 섞여 단기적으로 시끄럽다. 자이로는 반대로 단기적으로 매끄럽고 정확하지만 장기적으로 드리프트한다. 두 센서의 장점만 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상보 필터(complementary filter)다. 자이로에는 고역 통과, 가속도에는 저역 통과를 거는 셈이다.
자이로 드리프트 vs 가속도 노이즈 vs 퓨전
지자기 센서와 나침반 보정
지구 자기장은 25~65 µT로 약하다. 폰 속에는 이보다 수십~수백 배 센 자석(스피커, 수화부, 무선 충전 정렬 자석, 카메라 OIS 자석)이 있다. 지자기 센서(홀, AMR, TMR 소자 등)는 이 모두를 더한 값을 잰다. 폰에 고정되어 같이 도는 자석은 측정값에 일정한 오프셋을 더하고(하드아이언), 폰 안의 연자성체(실드 캔, 스테인리스)는 지구 자기장을 방향에 따라 다르게 휘게 만든다(소프트아이언).
하드·소프트아이언과 8자 보정
기압계: 몇 층에 있는가
기압 센서는 밀봉된 진공 공동 위의 얇은 실리콘 박막이 바깥 기압에 눌려 휘는 정도를 피에조 저항(또는 정전용량)으로 잰다. 해수면 근처에서 고도가 1 m 오르면 기압은 약 0.12 hPa 떨어진다. 스마트폰용 센서의 상대 정확도는 ±0.06 hPa(약 ±0.5 m) 수준이라, 한 층(약 3 m, 0.36 hPa)을 충분히 구분한다. 긴급 구조 위치 측위에서 층 정보를 주는 용도로도 쓰인다.
엘리베이터 속 기압계
근접 센서와 조도 센서
근접 센서는 통화 중 귀가 화면에 닿았는지를 판단해 화면과 터치를 끈다. 940 nm 적외선 LED(또는 VCSEL)가 짧은 펄스를 쏘고, 옆의 포토다이오드가 반사광을 잰다. 가까울수록 반사광이 세다(대략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문제는 크로스토크다. 빛의 일부가 물체에 닿기 전에 커버 유리 안에서 반사되거나 유리 속을 타고 곧장 수광부로 들어간다. 이 성분은 물체가 없어도 늘 있으므로, 유리에 지문·기름·보호 필름이 붙으면 더 커져 '항상 가까움' 오동작을 만든다.
근접 센서: 반사광, 크로스토크, 문턱
조도 센서(ALS)는 사람 눈의 시감 곡선에 맞춘 필터를 단 포토다이오드로 주변 밝기(lux)를 잰다. 요즘은 R·G·B·투명(Clear)·IR 채널을 함께 재서 색온도까지 추정하고, 화면의 화이트 밸런스를 주변 조명에 맞춘다. 밤의 0.1 lux에서 한낮 직사광선 100,000 lux까지 10⁶ 배를 다뤄야 하므로 자동 이득 조절이 필수다. 화면 아래에 둔 조도 센서는 화면 자신의 빛을 함께 받기 때문에, 화면이 꺼진 짧은 순간(OLED 발광 펄스 사이)에 측정하거나 화면 내용을 빼 주는 보정을 한다.
지문 인식: 정전용량, 광학, 초음파
지문의 융선(ridge)과 골(valley) 간격은 약 0.4~0.5 mm다. 이를 구분하려면 50 µm(500 dpi) 수준의 해상도가 필요하다. 세 방식은 '무엇으로 융선과 골의 차이를 보는가'가 다르다.
| 방식 | 위치 | 감지 면적 | 장점 | 약점 |
|---|---|---|---|---|
| 정전용량 | 전원 키·홈 버튼·후면 | ~4×10 mm (측면) ~ 8×8 mm | 빠름, 저전력, 저렴 | 보호층 두께 한계(수백 µm), 디자인 제약 |
| 광학 | OLED 아래 | ~6×6~9 mm | 화면 일체, 원가 | 2D 영상, 강한 햇빛·건조 손가락, 위조 대응 |
| 초음파 | OLED 아래 | ~8×8 ~ 20×30 mm(대면적) | 오염·물기에 강함, 표면 아래 정보 | 원가, 필름 궁합, 공정 |
센서는 지문 '사진'을 저장하지 않는다. 융선이 끊기거나 갈라지는 특징점(minutiae)의 위치·방향이나 신경망 특징 벡터를 템플릿으로 만들어, AP의 보안 영역(TEE)이나 별도 보안 칩에 암호화해 둔다. 앱은 '일치/불일치' 결과만 받는다.
얼굴 인식: 구조광과 ToF로 깊이를 잰다
평범한 전면 카메라 사진만으로 하는 얼굴 인식은 사진·화면으로 속이기 쉽다. 그래서 보안 등급 얼굴 인식은 3D 깊이를 잰다. 대표적 방법이 두 가지다.
- 구조광(structured light): 940 nm VCSEL 배열과 회절 광학 소자(DOE)로 얼굴에 수만 개의 점 무늬를 뿌리고, 옆에 떨어져 있는 IR 카메라로 찍는다. 점이 놓인 깊이에 따라 카메라에서 보이는 위치가 옆으로 밀린다(시차). 삼각측량으로 깊이를 계산한다.
- ToF(Time-of-Flight): 변조된 IR 빛을 쏘고 돌아온 빛의 위상 지연(간접 ToF)이나 도착 시간(직접 ToF, SPAD)으로 거리를 잰다.
구조광 삼각측량 vs ToF
3D 마스크 같은 정교한 위조를 막기 위해 IR 영상의 피부 반사 특성, 눈을 뜨고 화면을 보는지(주의 인식), 미세한 움직임 등 생체 활성(liveness) 판별을 함께 쓴다. 깊이 계산과 대조는 보안 영역에서 처리되고, 얼굴 템플릿은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구조광 모듈(도트 프로젝터 + 플러드 조명 + IR 카메라)은 화면 상단 노치·아일랜드 공간을 차지하므로 화면 비율과 직접 충돌한다.
생체 인증의 성능: FAR, FRR, ROC
생체 인증은 '같다/다르다'를 확률로 판단한다. 본인이 시도했을 때(genuine)와 타인이 시도했을 때(impostor)의 유사도 점수 분포가 겹치는 곳이 있고, 문턱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두 종류의 오류가 시소를 탄다.
- FAR(False Accept Rate): 타인을 본인으로 받아들이는 비율 — 보안 지표.
- FRR(False Reject Rate): 본인을 거부하는 비율 — 편의 지표.
제조사가 공개한 대표 수치로 보면 지문은 FAR 1/50,000, 3D 얼굴은 1/1,000,000 수준이다. 안드로이드는 결제 등에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등급(Class 3)에 FAR 1/50,000 이하와 함께 위조 공격 수락률(SAR, Spoof Accept Rate) 기준을 요구한다. FAR 1/50,000을 통계적으로 입증하려면 수십만 번의 타인 대조 시험이 필요하다.
문턱 → FAR/FRR → ROC
센서 허브와 저전력 상시 감지
만보기, 들어 올리면 화면 켜기, 활동 인식(걷기·차량), '헤이 ○○' 같은 음성 호출은 하루 종일 돌아야 한다. 이를 위해 AP를 깨우면 수백 mW가 들지만, 작은 마이크로컨트롤러 코어인 센서 허브(sensor hub, always-on processor)가 대신하면 수 mW 이하로 된다. 더 나아가 IMU 칩 자체에 걸음 수 세기·제스처 인식·작은 결정 트리/신경망을 넣어 µA 단위로 처리하기도 한다. 센서는 FIFO에 데이터를 모아 두었다가 묶어서(batching) 넘겨 깨우는 횟수를 줄인다.
만보기: 걸음 검출과 전력
설계 시 무엇이 중요한가
센서 자체는 수백 원~수천 원짜리 작은 칩이지만, 폰 안의 어디에 어떻게 두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자기 센서의 배치다. 자기장은 거리의 세제곱으로 약해지므로(쌍극자 \(B \propto m/r^3\)), 자석에서 수 mm만 떨어져도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지자기 센서 배치: 자석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하나
배치 원칙
| 센서 | 어디에 | 피해야 할 것 |
|---|---|---|
| 지자기 | 보드 위쪽 모서리 등 자석에서 먼 곳 | 스피커·수화부 자석, OIS 자석, 무선 충전 링 자석·코일, 큰 전류가 흐르는 전원선(PMIC·배터리 커넥터) |
| IMU(가속도·자이로) | 보드 강성이 높은 곳, 가능하면 무게중심 근처 | 진동 모터(LRA)·스피커 진동, 보드 휨(나사 근처 응력), 큰 온도 변화(AP 바로 옆) — 바이어스 온도 드리프트 |
| 기압 | 외기와 통하는 작은 구멍·통로 근처 | 밀폐 공간(방수 실링 안쪽 응답 지연), 손가락이 막는 위치, 발열원 |
| 근접·조도 | 화면 상단(귀가 오는 곳) | 화면 발광(화면 아래 배치 시), 유리 속 빛 누설(크로스토크) — 차광 잉크·격벽 필요 |
| 지문 | 엄지가 자연스럽게 닿는 화면 하단 1/3 또는 측면 키 | 화면 아래 배치 시 디스플레이 적층 두께, 보호 필름 |
| 얼굴(구조광) | 화면 상단 중앙 | 화면 면적과의 충돌, 커버 유리의 IR 투과율·코팅 |
캘리브레이션, 전력, 보안
- 캘리브레이션: IMU는 공장에서 오프셋·감도·축 정렬(직교 오차)을 온도별로 보정하고, 사용 중에는 정지 상태를 감지할 때마다 자이로 바이어스를 다시 잡는다. 보드에 납땜하면서 생기는 기계적 응력이 오프셋을 바꾸므로 '조립 후' 보정이 중요하다. 지자기는 사용 중 8자 보정과 자동 백그라운드 보정을 한다.
- 전력: 상시 센서는 µA 단위 예산 안에서 돌아야 한다. 출력 데이터율(ODR), FIFO 배칭, 칩 내장 인식 기능으로 AP를 깨우는 횟수를 줄인다. 얼굴 인식의 IR 프로젝터는 순간 전류가 크므로 펄스 구동한다.
- 보안: 생체 템플릿은 보안 영역에서만 처리하고, 센서–보안 영역 사이 통신은 암호화·인증한다(센서 바꿔치기 공격 방지). 모션 센서도 개인정보다. 가속도·자이로 신호로 타건이나 스피커 소리를 일부 추정하는 부채널 공격 연구가 있어, OS는 백그라운드 앱의 샘플링 속도를 제한한다.
- 상호작용: 카메라의 OIS·EIS는 같은 자이로를 쓰거나 전용 자이로를 둔다(8장). 근접 센서는 SAR 백오프 판단에도 쓰인다(7장). 센서 자체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자매편 SensorBook의 포토다이오드 장을 참고하자.
흔한 실패 사례
- 자력계 바로 옆으로 충전 전류 배선이 지나가 충전 중 나침반이 돌아가는 문제.
- 보드 나사 체결 응력으로 가속도 오프셋이 변해 수평계가 1~2° 틀어지는 문제.
- 근접 센서 위 차광이 부족해 통화 중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하거나, 귀에 대도 꺼지지 않아 볼로 터치되는 문제.
- 방수 실링으로 기압 센서 응답이 느려지거나, 물이 들어간 뒤 기압값이 틀어지는 문제.
핵심 정리
- MEMS 가속도계는 질량–스프링계의 변위(nm)를 차동 빗살 정전용량(fF~aF)으로 읽는다. 감도 ∝ 1/ω₀², 감쇠는 압착막 공기가 정한다.
- MEMS 자이로는 구동 진동 중의 코리올리 힘(2Ω×v)을 감지하며, 동기 복조로 신호를 꺼낸다. 적분하면 바이어스 때문에 각도가 드리프트한다.
- 상보 필터는 자이로(단기)와 가속도(장기)를 시정수 τ = αΔt/(1−α)로 섞는다.
- 지자기 측정은 하드아이언(오프셋)과 소프트아이언(타원 찌그러짐)으로 왜곡되며, 여러 방향 샘플의 타원 맞춤으로 보정한다. 변하는 간섭은 보정이 어렵다.
- 기압은 1 m에 약 0.12 hPa 변해 층 구분이 가능하지만, 날씨로 인한 기압 변화 때문에 상대 고도에 강하다.
- 근접 센서는 IR 반사광과 크로스토크 보정·히스테리시스로, 자동 밝기는 조도의 로그에 대한 곡선으로 동작한다.
- 지문은 정전용량·광학·초음파, 얼굴은 구조광(Z = fB/d, 오차 ∝ Z²)과 ToF로 깊이를 잰다.
- FAR과 FRR은 문턱에 대한 시소다. 센서 허브는 상시 감지를 µW~mW로, 배치는 자석·진동·열·빛 누설을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확인 퀴즈
1. MEMS 가속도계의 공진 주파수를 3 kHz에서 1.5 kHz로 낮추면 1 g에서의 질량 변위는?
2. MEMS 자이로가 회전을 감지하는 물리 현상은?
3. 상보 필터에서 α를 1에 아주 가깝게(예: 0.9999) 두면 생기는 문제는?
4. 폰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며 모은 지자기 측정값이 원점에서 벗어난 '중심이 이동한 원'을 그린다. 원인은?
5. 기압계로 3층 차이(약 9 m)를 볼 때 기압 변화는 대략?
6. 구조광 얼굴 인식에서 거리가 2배가 되면 깊이 오차는(시차 오차 일정)?
7. 생체 인증 문턱을 높여(더 엄격하게) FAR을 낮추면 일반적으로?
8. 지자기 센서 배치에서 가장 피해야 할 위치는?